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念頭

그리워라, 음유시인 / 타이거JK의 칼럼을 보고

그리워라, 음유시인 래퍼


타이거JK의 칼럼을 읽었다. 보는 순간 현웃이 터졌다. 오해하지 마시라. 래퍼가 신문에 글을? 이런 마음이 아니라 칼럼의 제목과 그 글의 첫 문장과 저자의 사진의 하모니가 너무 저세상(?)이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일단은, 타이거JK가 방귀에 대해서 포문을 여는 것과 척수염이라는 질병의 한자어, 영문명이 주는 첫 문장의 느낌이 너무 이질적이다. (내용을 읽어보면 방귀와 척수염의 상관관계는 깊다.) 결정적으로 웃음이 터진 건 타이거JK의 저 흑백사진이다. 보통 칼럼에 들어가는 기자, 논설위원, 칼럼니스트 등의 사진은 뭐랄까 증명사진이거나 평범한 바스트쇼트(?)인데,  타이거JK의 얼굴은 마치 1919년 3.1운동의 선봉에 나섰던 독립운동가 같았기 때문이다. 3.1운동 100년을 맞아 최근에 독립운동가들의 글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얼핏 '방귀', '척수염'이란 워딩을 보고 픽-하고 웃었다가 비장한 흑백의 얼굴에 공손한 마음이 들었다가  타이거JK라는 걸 인지하고선 웃음이 터졌다.



낯선 느낌이 재밌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사실 래퍼는 '음유시인'이 아닌가. 음악의 전신이 시이고, 시인의 전신이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해보니 래퍼가 칼럼을 쓴다는 건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닌 것이다. 당장 요즘 유명한 힙합 노래들의 가사를 찾아보았다. 실망스러웠다. 나는 사실 별로 힙합을 즐겨듣지 않는데 그 이유가 가사에 있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가사에 담긴 세계관 가치관이 별로거나 전형적이면 흥미가 떨어진다. 나는 힙합이 '메시지'를 전하는 데 큰 비중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 모르지만 어딘가에서 힙합의 'hip'이 흑인의 재즈연주와 관련이 있고, 흑인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서 시작됐다고  읽은 적이 있는 것도 같다. (Jazz it up에서 봤던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여튼.) 그런데 요즘 힙합은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가끔 너무 좋은 곡도 만나지만) 공감이 안 된다고 느낀 적이 많다. 가리온 <수라의 노래> UMC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놨더니> 같은 곡은 정말 많이 들었는데 이런 곡들은 벌써 꽤 오래됐다. 아 근래 들어선 우원재?의 <시차> 그리고... 남성듀오인데 가사가 정말 솔직했던... 아 기억이 안 난다ㅠㅠ.. 여튼, 간간이 만나게 되는 것 같아 아쉽다.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신문짝에 대문짝만하게 나도 이상하지 않을, 개인적이기보다 사회적으로 도발적이고 재치있고 솔직한 랩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 칼럼은 타이거JK 개인에 관심이 있거나 방귀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사실 글맛은 약했다.

https://news.v.daum.net/v/20190207205427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