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곳에서 최종면접을 봤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한 번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직군이다. 나이가 먹고, 이제 진짜 한계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원했다. 서류를 쓰고 최종까지 보면서 내내 착잡했다. 이런 표현 그렇지만 서울대 가려고 4수 5수 하면서 스카이도 마다하다 서울시립대에 지원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이상하다. 붙었으면 하면서도 안 붙었으면 좋겠다. 안 붙으면 정말 괴로울 거 같은데 붙어도 괴로울 거 같다. 너무 오랜 시간 인생의 통과의례 중 '취준생'이라는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인지 어떤 변화든 두렵다. 붙지 못한다면, 이제는 정말 접어야 할 것이다. 그 삶에 대해선 생각도 해본 적 없다. 그러나 더 이상 기회가 없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고차까지 차근차근 올라가니, 또 최종을 망하고 나니, 됐으면 좋겠다는 간사한 마음이 들던 차였다. 들뜨고 답답한 마음에 오랜 스터디 메이트에게 심정을 털어놨다. 스터디메이트는 경쟁률도 낮은데 설마 못 붙겠냐, 자기 주변 사람은 면접을 안 갔다, 많이들 안 가지 않았을까, 그러니 붙을 거다, 라는 식으로 은근히 비아냥댔다. 기분이 나쁘기보다 슬펐다. 오랫동안 공부하며 의지해온 사이인데, 그렇게 깎아내려야 할 만큼 마음이 힘든 걸까 싶었다. 발표를 앞두고 착잡한 내 마음처럼 그도 착잡한 것일까.
이 공부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시작된 건 그를 보면서부터다. 준비하는 직종에 대한 꿈이나 원 대신 명예와 오기만 남은 그, 분명 그 모습은 내 안에도 있었다. 그는 다른 직장, 어쩌면 많은 이들이 원하고 부러워할 곳에 다니지만 괴로워하고 있다. 그리고 실패가 거듭됨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려 한다. 만족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건 우리, 나에 대한 연민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괴로운 요즘이다.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 게임에 의존한다. 기계처럼 게임을 한다. 즐거움도 몰입도 없다. 한 손으로 키보드를 한 손으로 폰을 만지작대며 온 정신을 분산시키고 있다. 시간은 분명 도적같이 올 것이다. 시간을 죽이는, 나를 죽이는 이 혼란한 시간이 참 갑갑하다.
'念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치박스 (0) | 2019.11.06 |
---|---|
무료한 하루, 명상의 필요성 (0) | 2019.09.03 |
오랜 친구와의 만남 (0) | 2019.05.07 |
튜닝의 끝은 순정, 콜렉터의 끝은 집사 (0) | 2019.04.29 |
오늘로 당도한, 호시절의 사이버펑크 (0) | 201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