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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약용 덕후의 책으로 정약용 입덕하기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 박석무 / 한길사>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 박석무 / 한길사 1.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한나절 내내 읽었는데도 다산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집, 잡문부터 등 유명한 저작까지 생전 남긴 책만 500권에 이르니 그 사상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정약용은 당대의 진실한 목격자로서 짧은 대목이라도 읽고 되새길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 ‘조선의 역사를 알려면 다산을 알아야 한다’는 위당 정인보와 저자 박석무 씨의 말마따나 조선 중기에서 말기로 넘어가는 시대상을 즐겁게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한자가 가득하지만 의외로 재밌고 술술 읽혀 일단은 추천하는 바이다. 저자 박석무 님께서 대단한 정약용 덕후셔서 함께 덕질여행을 하는 기분도 든다. ’다산 정약용’에 관한 책이.. 더보기
'취준생, 도서관, 존재' - 우연한 환대를 받다 <사람, 장소, 환대>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 문학과지성사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현대 사회는 낙인의 존재를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 낙인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자존감을 유지하려면, 그에게 실제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자존감은 아큐의 ‘정신승리법’과 비슷해져버린다.” “현대 사회는 우리가 구조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사장이든 말단 사원이든, 부자이든 가난하든-사람으로서 서로 동등하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어떤.. 더보기
악의 평범성에 대하여 <거미줄>을 중심으로 출판사만 보고 책을 고를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최근 사회과학, 인문학서만 많이 읽다 보니 소설이 고팠다. 지만지에서 나온 조지 오웰의 를 재밌게 봤던 기억에 출판사만 보고 골라든 책 . 아무런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 읽다 보니 독일 문학. 전공도 관련된 데다 홀로코스트에 관한 책이고 영화를 많이 접해 조금 아쉬움이 드려는 찰나, 홀로코스트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려나 싶었는데, 프로이센 말부터 1차세계대전 즈음까지만 가는 내용 같았다. 일단 시기상으로 흥미로웠다. 이런 '뜬' 시기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얼마 전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영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도 굉장히 재밌게 봤던 터. 기대감을 갖고 읽어나갔는데, 역시나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독일 사회에서 히틀러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생겨.. 더보기
신화 속 여성을 불러내다, 라비니아 / 어슐러 K. 르 귄 라비니아는 초기 로마 개척자의 조상인 아이네이아스의 아내다. 라티움의 왕 라티누스와 왕비 아마타의 딸로 투르누스 등 많은 이의 구애를 받았으나, 이방인인 아이네이아스를 선택한다.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에서 라비니아는 아주 짧게 등장한다. 그러나 아이네이아스는 라비니아의 이름을 따서 고대도시 ‘라비니움’을 건설했다. 어떤 여성이기에 아내의 이름을 따 도시국가의 이름을 지었을까. 어슐러 K. 르 귄은 쉽게 지나치기 마련인 라비니아의 시선에서 전쟁과 사랑, 신탁,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라비니아 지도 아이네이아스의 그림 중세나 고대, 신화 배경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순결한 사랑, 충심, 정의로 가득찬 세계관이 좋았다. 실리와 처세가 난무하는 세상의 판타지처럼 여겨졌다. 이입하는 대상은 영웅인 ‘남자’였.. 더보기
미술평론가가 본 사물과 예술 사이, 반이정의 <사물 판독기> 몇 년 전, KBS에서 일상의 사물을 인문학 관점으로 탐구하는 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안경, 만두, 연필 등의 소재로 한 시간가량 전문가와 연예인 패널이 대화를 나누는 구성이었다. 한 번 보면 스르륵 끝까지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었으나 롱런하진 못했는데, ‘개념어 사전’이나 ‘십자말풀이’를 들춰볼 때처럼 있거나 없거나 찾아보게 되진 않는 무미건조함 탓이 크지 않을까 싶다. 오래전 사놓고 읽지 않았던 는 ‘미술평론가’가 썼다기에 구미가 당겼다. 신동엽의 시 처럼 대상을 관조하고 독창적 관계를 설명하는 ‘심미안’을 배워보고 싶었다. 목차에는 ‘색채론’ ‘키치’ 챕터도 있다. 책의 커버도 소장욕구가 들 정도로 눈길을 끈다. 단숨에 읽어나갔다. 책의 표지, 윤정미 사진가의 작품. 출처: 출판사 세미콜론 블로그.. 더보기
소비의 역사 / 설혜심 _ 근대유럽에서의 소비의 시작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사건들 '소비주의 사회'의 본질, 양면 등에 생각은 예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필수'적인 파이를 넘어서서 정체성, 자존감을 확립하기도 하는 소비행위에 대해 깊이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었다. 대개 '역사'를 말하는 건 근원을 쫓아 어떤 통찰을 주곤 하니까! 현대의 소비라는 것이 근대에 뿌리를 두어서일까. 생각보다 책에서 소개한 소비의 역사는 파편적이고 얄팍했다. 흥미로운 내용이 주욱 이어져서 단숨에 읽어내렸지만 딱히 새로운 깨달음을 건져내진 못했다. (물론 내 탓일 수도 있다.) 아주 가끔 요즘 시대 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 있지만 그마저도 짧고 물음표로 끝나는 부분이라 더 아쉬웠다. 덧붙여 대부분 근대 소비의 시작을 알린 영미권 시대상황을 표현한 부분이고, 설명으로 그쳐 있어 지금 우리 .. 더보기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세상이 버거웠던 투명한 인간 도시락 통 안에 먹다 남긴 밥알 세 톨, 천만 명이 하루에 세 톨씩만 남겨도 그건 쌀 몇 섬을 낭비하는 꼴이라든지, 혹은 천만 명이 하루에 코 푸는 휴지 한 장씩만 절약하면 얼마만큼의 펄프를 아낄 수 있는가 하고 떠드는 '과학적 통계'를 나는 지금까지 너무나 심각하게 받아들여, 밥알 한 톨을 남길 때마다, 또 코를 풀 때마다 산더미 같은 쌀과 산더미 같은 펄프를 낭비하는 것처럼 괴로워하고, 나 자신이 지금 큰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암울한 기분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자신을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됐습니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의 글에서 나는 완전히 순수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작은 티끌에도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그, 겁탈당한 아내에게서도 백치의 신뢰를 보는 그는 다만 궁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