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잡생각
1. 지역 지원
한 번도 지역에서 일하겠다는 마음을 품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더 이상 취준을 미뤄둘 순 없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자소서를 쓰는 요며칠 동안 간절했다가 좌절했다가를 반복했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직업적 꿈을 이룰 기회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오랫동안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지켜온 이상이 무너져내리는 것도 같아 슬펐다. 나이를 먹을수록 피터팬이 되어가는 것 같다. 합격문에 다다른 몇 번의 순간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자신감 하나만으로 너무 오래도록 버텨왔다. 냉혹한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점점 첫 마음을 부여잡으며 자라지 못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다.
1-2. 시험 전에 보는 책
취준이 길어지면서 책을 많이 읽게 됐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취준을 시작하면서는 내공을 다지려는 목적으로 더 읽어댔다. 최근 몇 년은 취미이자 도피처이자 친구가 되어버렸다. 마음이 조급하고 힘들 때 더 책에 매달린다. 특히 시험 직전에 가장 바쁠 때 집착한다. 지금도 사놓은 책, 빌려둔 책들이 방 안에 널부러져 있다. 매번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을 때가 아닌데 싶지만 책을 본다. 불안해서 그러는 걸 스스로 잘 안다. 다 잊고 싶고 공부하기 싫은 게으름인 걸 안다. 그런데 잘 안 고쳐진다. 그리고 묘하게 또 공부가 된다. 이번엔 진짜 보지 말아야지 다짐해 본다...
2. 고양이
구조했던 고양이를 얼마 전 입양 보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의사네 집에 입양 가서 로또를 맞은줄 알았더니 어이없는 이유로 파양되고, 파양된 곳에서 유기돼 고양이탐정까지 불러 다시 찾았다. 구조한 세 마리 중에 제일 똑똑하고 예뻤던 녀석은 몸무게가 1/3로 줄어 돌아왔다. 그 냥이는 회복하던 며칠 동안 아침마다 무릎 위에서 골골댔다. 여력이 된다면 키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다시 이별했다. 다행히도 이번 입양처는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번엔 오래오래 그집에서, 고양이별 갈 때까지 행복하길.
2-2. 고양이 기사
인턴을 할 때 반려동물 기사를 썼다. 나름 단독이었고 엄청난 취재 끝에 의미 있는 기사를 써냈다. 기사를 쓰고 얼마 후 한 일간지 칼럼에서 내 기사의 콘셉트부터 주요 내용까지 베껴썼다. 항의 댓글을 남겼지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전 또 내 기사를 상당 부분 차용한 기사를 발견했다. 정보공개청구에, 해외자료까지 보며 찾은 정보를 출처 없이 써두었다. 이번엔 별로 항의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원래 다 그런 건가 싶다. 그렇게라도 기사 내용이 널리 퍼지면 좋은 거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