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읽은 책
1.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막스 베버
미래에 누가 이 쇠창살 안에 갇혀서 살아가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발전이 끝나갈 무렵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새로운 예언자들이 출현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옛 사상과 이상이 다시 부활하여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인지, 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자포자기 상태에서 극도의 자존감으로 장식된 기계적이고 화석화된 인류가 출현하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일 화석화된 인류가 출현하게 된다면, 인류의 이러한 기나긴 문화 발전의 과정에서 “인류의 마지막 단계에 선 최후의 인간들”인 “마지막 인류”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이 참이 될 것이다. “혼이 없는 전문가들, 심장이 없이 향락을 추구하는 자들 - 이 무가치한 인간 군상들은 인류가 지금까지 도달한 적이 없는 수준으로 자신들이 올라갔다고 착각한다.” / 377
=> 이 책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인사이트가 들어 있는 대목이다 싶다.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베버의 주장은 일견 그럴 듯하나 기독교 정신이 뿌리 깊지 않고 퇴색된 상황에서는 무려 “자본주의 정신”의 기원을 살피는 기원으로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쩌면 베버의 시대에는 서구사상가가 기독교로부터 비롯됐고 현재와 같은 기계문명을 격렬히 겪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청교도 신앙을 자본주의 정신으로 주장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더욱이 다른 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심리학적인 이유’와 같은 것은 베버의 말 그대로 단순하고 너무 당연하다. 그 안에서 작동 기제를 찾기 어렵고, 이미 앞선 세대에 해부된 논의일 수 있다. 청교도의 금욕주의와 직업윤리 등에서 현상을 분석하는 것 자체는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데 좋은 학문적 성취라 생각된다. 문화권이 기독교 문화권이 아니라 그럴까, 아니면 시대가 너무 변해서일까, 그의 주장을 좀 더 잘 이해하지 못해 못내 아쉽긴 하다.
2. 단속사회 / 엄기호
삶의 실제적 경험으로부터 조언과 충고가 온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나와는 다른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망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배울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 사회는 망한 사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 사회가 ‘사회’일 수 있는 것은 연속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연속성을 지녔다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경험과 지혜가 끊임없이 갱신되면서 후대들에게 전승될 수 있음을 뜻한다.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고 또 그 환경을 바꾸기 위해 사람은 한편으로는 선대의 경험과 지혜를 필요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새롭게 바꾸어내야 한다. 옛것만을 고집하는 것도 어리석지만 선대로부터 아무런 지혜와 경험을 전승받지 못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할 때 그 사회는 겉으로는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끊어져버린 것이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