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이번주에 읽은 책

텅빈풍경 2019. 3. 18. 23:03

1.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막스 베버


미래에 누가 이 쇠창살 안에 갇혀서 살아가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발전이 끝나갈 무렵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새로운 예언자들이 출현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옛 사상과 이상이 다시 부활하여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인지, 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자포자기 상태에서 극도의 자존감으로 장식된 기계적이고 화석화된 인류가 출현하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일 화석화된 인류가 출현하게 된다면, 인류의 이러한 기나긴 문화 발전의 과정에서 “인류의 마지막 단계에 선 최후의 인간들”인 “마지막 인류”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이 참이 될 것이다. “혼이 없는 전문가들, 심장이 없이 향락을 추구하는 자들 - 이 무가치한 인간 군상들은 인류가 지금까지 도달한 적이 없는 수준으로 자신들이 올라갔다고 착각한다.” / 377


=> 이 책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인사이트가 들어 있는 대목이다 싶다.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베버의 주장은 일견 그럴 듯하나 기독교 정신이 뿌리 깊지 않고 퇴색된 상황에서는 무려 “자본주의 정신”의 기원을 살피는 기원으로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쩌면 베버의 시대에는 서구사상가가 기독교로부터 비롯됐고 현재와 같은 기계문명을 격렬히 겪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청교도 신앙을 자본주의 정신으로 주장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더욱이 다른 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심리학적인 이유’와 같은 것은 베버의 말 그대로 단순하고 너무 당연하다. 그 안에서 작동 기제를 찾기 어렵고, 이미 앞선 세대에 해부된 논의일 수 있다. 청교도의 금욕주의와 직업윤리 등에서 현상을 분석하는 것 자체는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데 좋은 학문적 성취라 생각된다. 문화권이 기독교 문화권이 아니라 그럴까, 아니면 시대가 너무 변해서일까, 그의 주장을 좀 더 잘 이해하지 못해 못내 아쉽긴 하다.


2. 단속사회 / 엄기호


삶의 실제적 경험으로부터 조언과 충고가 온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나와는 다른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망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배울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 사회는 망한 사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 사회가 ‘사회’일 수 있는 것은 연속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연속성을 지녔다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경험과 지혜가 끊임없이 갱신되면서 후대들에게 전승될 수 있음을 뜻한다.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고 또 그 환경을 바꾸기 위해 사람은 한편으로는 선대의 경험과 지혜를 필요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새롭게 바꾸어내야 한다. 옛것만을 고집하는 것도 어리석지만 선대로부터 아무런 지혜와 경험을 전승받지 못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할 때 그 사회는 겉으로는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끊어져버린 것이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회일 뿐이다.


=> 상당히 인사이트가 많은 책이다. 아직 정리 중이라 감상을 남기긴 뭐하지만 나의 '개인주의적 성향'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낯선 존재를 벗어난 안전한 나만의 공간이 사실은 방어벽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상처받기 싫은 것뿐 아니라 그 모든 기획된 친밀성의 구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복잡하게 엉켜든다. 안전할 수 있는 관계가 없는 만큼, 홀로 안전하기도 어렵다는 자명한 사실 앞에서 나는 이 사회에 얼마나 곁을 내어주고 또 자존할 것인가. 고민이 많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