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상
1.
필기 시험을 봤다. 다른 시험 준비를 하느라 준비를 많이 못했다. 그 다른 시험은 최종탈락했다.(ㅠㅠㅠㅠ). 정말 예상하지 않았던, 너무 뻔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논제가 나왔다. 우라까이를 할 수 없어 초고를 써냈다. 누가 봐도 지역에 관심이 크지 않은 혹은 갑작스레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의 글로 보일 듯하다.
상식은 잘본 축인 것 같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아는 문제는 확실히 다 맞혔고, 헷갈리는 몇 문제를 확실히 다 틀렸다. 찍기 운이 1도 없었던 것. 난도가 낮아 변별력이 없을 것 같다.
시험을 마치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스터디메이트를 만났다. 그는 오늘부로 방송국에 PD로 첫 출근을 한다. 그로써는 만족스런 직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그가 수습을 뗀 방송국에 내가 좋아라 하는 PD가 있어 사인을 받아다 주었다. 마음이 고맙다.
다른 지역사 최종에서 떨어지고 나니 지역방송에 다친 마음 때문인가, 이번 시험에 크게 안달나거나 아쉽거나 설레거나 하지 않는다. 취준이 길어지고 인생이 지체되면서 점점 더 체념, 내지는 달관의 자세를 갖게 되는 것 같다. 말로만 듣던 '니트족'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도? 원래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서인지 현직인 친구들이 꿈에 많이 나왔는데 요즈음은 그마저도 없다. 점점 손땔 때가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2.
이사갈 집을 알아보느라 근 한 달째 정신이 없다. 요즘은 매물 자체가 없다. 특히 전세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금세 다른 사람이 채간다.
태어나서 한 번도 내 집을 가져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이사를 정말 많이 다녔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를 하면서도 10년 넘게 서울살이를 하면서 자취방도 참 많이 옮겼다. 낙향한 지금, 부모님도 나도, 집 없는 삶에 진저리를 느낀다. 집주인과의 갈등도 그렇고 자주 이사 다니는 것도 못할 짓이다.
그래서 집을 지을까,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또다시 전세로 타협을 봤다. 자식들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부모님의 노후도 확정적이지 않아서 평생의 보금자리를 정하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 부동산 경기가 들쑥날쑥하다. 시세차익을 보거나 할 게 아니지만, 집값이 장기적으로 떨어질 전망이라는데, 선뜻 사기가 어렵다. 그리고 집이란 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거품이 많다. 신축아파트를 사려고 알아보다 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하자가 보이고, 미분양인데도 가격 방어를 하려고 이면 계약을 하는 등, 그냥 아파트 시장 자체가 기이하다 싶다.
집을 짓는 것도 잘 알아보지 않으면 업자들에게 '눈탱이'맞기 쉽다. 많은 건축 책을 보고 건축박람회도 다녀왔고 여기저기서 견적도 받아봤는데 말이 다 다르다. 알아볼수록 피해 사례만 많이 본다. 집 짓기는 좀 더 장기적으로 해나가고, 일단은 전세를 살기로 정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품이 너무 많이 든다. 홀로 되신 엄마는 사별 이후 우울증을 앓고 계신다. 듬직했던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어린아이처럼 자식들에 정신적으로 의지한다. 내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라 사실 가끔은 부담스럽다. 나도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잘 모르는데, 아빠가 돌아가신 후 이것저것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겪어나가야 할 것이 많다. 버겁다. 이런 마음 자체가 비겁하다 느껴져 괴롭기도 하다. 살아간다는 게 참 쉽지 않다.